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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53 INSUNG GIRLS’ HIGH SCHOOL INSUNG GIRLS’ HIGH SCHOOL Vol. 53
인문학 산책
수필 1강
우리 동네 史記에서 인간을 읽는다
2학년 유윤정 2학년 엄수진
“내 집에서 내가 못 박는데 뭐 잘못한 거야?” 집념의 인물, 방대한 역사서를 편찬한 인물, 그는 바로 사마천이다. 사마천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는 상태로 시작하였다. 그러나
“할아버지 못 박는 소리 때문에 잠을 못자겠잖아요! 일요일엔 좀 쉬자구요.” 이후 내가 사마천에게 집념의 인물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것이 마땅한 이유는 당시 사회배경이 근본이 된다. 당시 사회 배경은 이러하
아침부터 2층 할아버지와 엄마와 싸우는 소리에 상쾌하지 못한 아침을 맞는다. 였다.
우리 빌라는 조그맣고 오래되어서 대부분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많이 살고 계시는데 성격에 급하고 남을 잘 배려하지 못하는 왕에 대하여 비판적인 내용을 저술 할 경우 그에 대한 형벌을 받게 된다. 이에 사마천은 형벌을 받게 된다. 사형 또는 궁형이라는 엄
우리빌라 2층 할아버지와 엄마와 싸우는 것이다. 벌을 이다. 지금 현 사회에서는 사형으로 목숨을 잃는 것 보다 궁형을 선택해 사기의 편찬을 하는 행동이 집념의 행동이라는 평을 왜 받
2층 할아버지는 부인과 함께 사신다. 두 분이서 함께 폐지를 주우러 다니시며 집에 있는 시간에는 하루 종일 못질만 하신다. 고 있는 것인지 의문을 가질 수 있다. 당시 사회는 궁형을 받을 경우 사람의 취급을 받지 못하는 그런 사회가 바탕이 되어 있었다. 그러
할아버지도 아는 사람이 없다. 나 사마천은 궁형을 선택하여 집념을 꺾지 않고 아버지의 바람대로 사기를 편찬 하는데 주력한다. 이에 대해 집념의 인물이라는 수식어
“내비둬! 우리집 벽에 내가 못 박겠다는데 시끄러우면 이사를 가든지!” 가 마땅하다는 것이다. 결코 사마천은 궁형을 받음을 원망하지 않았다. 사기를 통해서 울분을 표출하는 정도에 그쳤다. 만약 누군가가 나
“할아버지 저만 못 소리에 괴로워하는거 아니에요! 우리 빌라의 모든 사람들이 싫어한다구 요!” 에게 묻는다. “사마천과 같은 집념으로 사기를 편찬할 수 있겠느냐 혹 사마천과 같은 집념이 있는 사람이냐.” 나의 대답을 듣는 누군가가
“너 지금 내가 자식들 다 떠나보내고 아내랑 폐지 주우러 다닌다고 무시하는게냐?” 나왔다. 2층 할아버지께서 싸우다가 불리 있다면 나는 단지 표면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그러하다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나 듣는 이가 없다면 나는 사마천과 같은 대우를 받을 만한
한 상황이 될 때 항상 나오는 말이다. 집념이 바탕이 되는 행동을 하겠다고 기꺼이 말할 수 없음을 안다. 사마천에 대해서 들으면서 나에 대해 성찰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어휴, 그놈의 할애비 고집만 세 가지고, 아이들이 보고 배울까 겁나네 겁나, 빨리 이사를 가든지 해야지... 아휴 내팔자야.” 나는 항상 그러했다. 사마천에 비하면 나는 집념을 가지고 행동한 척 연기에 불과한 삶을 살고 있었다는 것에 대해서 회의감을 느꼈다.
3000여년 이라는 방대한 역사를 담고 있는 사마천의 사기는 세계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사마천의 사기는 여느 역사서와는 다르
2층 할아버지와의 말싸움에서 져서 돌아온 엄마는 계속 이사타령을 하신다. 엄마는 하루라도 빨리 이사를 가고 싶어 한다. 왜 다. 약자의 이야기를 저술하고 있는 것이다. 역사서로서 사기를 읽으면 중국의 모든 역사에 대해서 이해 할 수 있다. 라는 말이 나올 정
냐하면 동네가 후지기 때문이다. 10개가 넘는 크고 작은 오르막길에 빽빽이 붙어있는 집들은 시루 안에 같힌 콩나물처럼 답답해 도다. 사기’에 대해서 양계초가 “사마천 이전에 역사학은 없었다. 그는 역사학의 조물주다. 라는 말에서 알 수 있다. 사 그 만큼 사마천
보이며 그 낡은 집에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냄새를 풍기며 살고 계시기 때문이다. 은 대단한 역사서를 편찬한 것이다. 사마천의 사기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역사가 분출되어 있는 역사서이며 불의와 정의, 옳고 그름을
하긴 엄마가 이런 생각을 같고 있는 건 당연할 만도 하다. 인천역과 이어져 있는 우리 동네는 인천역이름이 하인천역이었던 가리는 기준, 인심의 변화를 읽을 수 있는 덕목이 제시되어 있다. 또한 사마천의 사기’서는 보통 사람을 역사학의 주인공으로 여겼다. “
시절부터 노숙자들이 많은 달동네였기 때문이다. 동네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은 할아버지들이 싸우는 모습, 할머니들 끼리 모 보통 사람들이 역사학의 주인공이다” 귀로 듣고 흘려버리게 되면 아무 의미 없는 말처럼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곱씹어 보면 이러한 사
여 흙바닥에 돗자리를 펴놓고 담배 태우는 모습, 갈 곳 없는 노숙자들이 음식물 쓰레기통을 뒤져가며 한 끼 때우는 모습밖에 없기 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사마천에 대해서 한 번 더 감탄을 하게 만든다. 만약 사마천의 집념이 바탕이 되지 않았다면 우리는 이러한 사기
때문이다. 를 접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는 국가적으로 어느 정도의 손실 인지 감히 짐작을 할 수 없을 정도이다. 그러나 사기와 같은 세계적인 역
엄마는 이런걸 보며 아이들의 정서가 불안정하게 자랄까 걱정한다. 내 동네친구들은 이제 우리 동네에 남아있지 않다. 어렸을 사서에 대해 연구하는 우리나라의 학자는 매우 부족한 현실이다. 이는 사기가 편찬 되지 못해서 겪게 되는 손실이 아니라 우리나라 스스
때 같이 뛰놀던 친구들은 초등학교를 들어가며 모두 연수동이나 학익동으로 이사갔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어렸을 때 옆집 할머 로가 초래하는 손실이다.
니와 자랐다. 우리엄마는 이런 나를 못마땅하게 여길 때가 종종 있지만 나는 우리 동내 사람들이 좋다. 이 시간 나는 사마천의 행동으로부터 배우고 사기에 저술이 되어있는 내용에서로부터 더한 깨달음을 얻는다. 사마천의 삶과 감히
할머니들이 음식이나 돈을 줘도 거절하는 노숙자 아저씨들도 좋고 항상 다혈질인 2층 할아버지와 자동차를 끔찍이 사랑하셔 나의 삶을 비교해보자면 사마천은 당대 최고 스승과의 교류, 태초력 제정, 무제를 수행하고 서남이 정벌에 파견이라는 업적. 그리고 제
서 일요일마다 빌라 앞에서 세차하는 4층 할아버지도 좋고 항상 나를 친손녀처럼 챙겨주시는 옆집할머니도 좋다. 일 크게 평가 받는 사기를 편찬했다. 여러 방향으로 수많은 업적을 남긴 인물이다. 사마천은 최고의 역사서를 편찬한 인물에 그치지 않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소독차가 우리 동네에 화요일 목요일 저녁 7시 하얀 방구를 뀌며 나를 찾아오는 것도 좋고 골목골목마다 고 나에게 반성하는 기회를 갖게 한 중국 역사 저술자였다. 또한 본받고 싶다. 사마천의 사고방식과 집념을. 사마천의 역사서인 사기는
할머니들이 심어놓은 가지와 오이, 고추, 깻잎을 돗자리에 앉아 에 살게 되었을 때, 할머니들과 같이 오순도순 나눠 먹는것도 좋다. 단지 역사를 움직이는 물리력을 가지는 역사서라는 의미에서 그치지 않았다. 인간의 자각과 세상을 바꾸는 역사서임이 분명하다. 사마
먼 훗날 내가 다른 곳에 살게 되었을 때, 나는 항상 그리워할 것이다 죽어서도 생각날 것이다. 항상 지금과 같 천의 사기에 저술이 되어있는 “내가 법에 굴복해 죽임을 당한다면 그것은 소 9마리의 털 가운데 하나를 뽑는 것과 같을 따름이다. 사람
은 이 자리에 모두 아프지 않고 다치지 않고 남아있어 주셨으면, 그리울 때마다 찾아가면 그때처럼 친손녀처럼 맞 이란 본디 한번 죽을 뿐이다. 하지만 어떤 죽음은 태산보다 무겁고 어떤 죽음은 새털보다 가볍다. 이는 죽음을 이용하는 방향이 다르기
아주셨으면. 아아, 그리워라 나의 달동네여! 때문이다” 사람의 죽음에 대해서 가치를 따질 수 없다고 생각하는 나의 사고와 달리 사마천의 사고는 달랐다. 같은 죽음일지라도 무겁고
가벼움의 차이를 갖는다는 것이다.
현재 나는 사마천의 사고에 의하면 가벼운 죽음일지 모른다. 앞으로 사기의 교훈에서 배우고 깨달아 무게가 있는 태산보다 무거운
죽음이 될 수 있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심어주었다. 나는 무엇보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러한 기회를 나누고 싶다. 역사서를 통해
이런 깨달음과 배움을 얻기란 쉽지 않음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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