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촬영 걱정 없이 화장실을 안심하고 쓸 수 있어요!”
인천 중구에 있는 인성여자고등학교 에 재학 중인 권라희(17)양은 교내 화장실 벽면에 붙은 ‘불법촬영 카메라 탐지기 작동 중’이라고 적힌 안내문을 가리키며 이같이 말했다.
천장을 올려다보니 손바닥 크기의 기계가 불빛을 깜빡이며 작동하고 있었다.
지난 5월 인성여고는 교내 화장실 15곳에 불법촬영 카메라를 실시간으로 탐지할 수 있는 장비를 설치했다. 권양은 “불법촬영에 쓰는 카메라는 크기가 매우 작아 눈으로는 찾아내기 어렵다고 알고 있다”며 “학교는 실시간 탐지기가 있어서 마음 놓고 화장실을 쓸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 불법촬영 범죄 급증 “초소형 카메라 감쪽같네”
경찰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범죄’가 7천202건 발생했으며, 6천20명이 경찰에 검거됐다. 하루에 약 19건의 불법촬영 범죄가 적발되는 셈이다. 이처럼 불법촬영 범죄가 기승을 부리자, 인천시교육청은 초·중·고등학교와 특수학교 화장실에 불법촬영 카메라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장비를 설치하고 있다. 지난해 10개 학교에 탐지기 총 150대를 시범으로 설치했으며, 올해 10개 학교에 탐지기 150대를 추가할 예정이다.
인성여고에 설치된 불법촬영 카메라 실시간 탐지기의 성능을 확인해보기 위해 준비된 초소형 카메라들은 손목시계, 차 열쇠, 보조배터리 등 실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물건으로 위장돼 있었다. 카메라라는 사실을 알고 살펴봐도, 기존 물건과 차이점을 찾을 수 없었다. 특히 화재경보기와 콘센트, 나사로 위장한 초소형 카메라가 화장실 내부에 설치된다면, 맨눈으론 이를 알아채기 무척 어려울 것 같았다. 이러한 초소형 카메라는 카메라 내부에 촬영한 영상을 저장하는 SD카드가 없고, 전파를 이용해 촬영한 영상을 휴대전화나 컴퓨터로 전송한다. 카메라를 설치한 불법촬영 범죄자는 카메라를 다시 가지러 오지 않아도 실시간으로 영상을 볼 수 있는 것이다.
■ 불법촬영 카메라 설치와 동시에 포착… 전파도 차단해
인성여고에 설치된 불법촬영 카메라 실시간 탐지기는 초소형 카메라가 이용하는 전파를 포착한다. 이 전파를 실시간으로 탐지해 초소형 카메라가 화장실에 설치되면 곧바로 학교 담당자에게 경고 메시지가 전송된다. 뿐만 아니라 카메라가 촬영한 영상을 범죄자가 보지 못하도록 전파를 차단한다. 화장실에 전파를 이용하는 스피커, 비데 등이 있어도 초소형 카메라가 이용하는 전파를 구분해 감지할 수 있는 기술을 갖췄다고 한다.
그동안 학교 등 공공기관은 주기적으로 탐지기를 이용해 화장실을 둘러보며 불법촬영 카메라가 설치돼 있는지 확인했다. 인성여고도 1년에 2회 전문 기관이 학교를 방문해 전파 탐지 기계를 이용해 카메라가 설치돼 있는지 점검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불법촬영이 이뤄진 뒤에야 파악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정자영 인성여고 안전생활부장은 “이전에도 주기적으로 불법촬영 카메라가 있는지 확인하긴 했지만, 점검일 전까진 카메라가 있어도 이를 알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있었다”며 “실시간 탐지기는 카메라가 화장실에 설치되면 곧바로 담당자에게 알림이 와 조치를 취할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 “학교만큼은 안심할 수 있어 좋아요”… 학생·교직원 만족
인성여고 학생들은 안심하고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어 만족스럽다는 반응이다. 김효은(18)양은 “지하철이나 공원 등에 있는 공중화장실에 가면 문과 벽면에 정체 모를 구멍이 잔뜩 뚫려 있어 불안했었다”며 “학교만큼은 안심하고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김사랑(18)양도 “언제든 불법촬영 등 디지털 성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걱정이 많았다”며 “학교에서만큼은 불법촬영에 대한 걱정 없이 화장실을 쓸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김환 인성여고 교장은 “학교는 어느 곳보다도 학생들에게 안전한 공간이어야 하기에 불법촬영 카메라 실시간 탐지기 설치를 적극 추진했다”며 “탐지기가 설치돼 있다고 화장실 벽면에 안내돼 있어 범죄를 억제하는 효과도 있는 거 같다”고 말했다.
인천시교육청은 지난 2019년부터 ‘화장실 불법촬영 예방 조례’를 제정해 운영하고 있다. 이 조례는 학생과 교직원이 안전하게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도록 불법촬영 카메라 설치 여부를 상시 점검하도록 했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생과 교직원이 안심하고 학교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며 “불법촬영 카메라 실시간 탐지기 설치 확대 등을 통해 지능화되는 디지털 성범죄에 대응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