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학교는 귀하다. 허나 그 속에서도 특별한 전통과 저력을 품은 곳이 있다. 학교를 통해 도시를 들여다보는 인천 명문교를 찾아서. 그 아홉 번째 등굣길을 따라 고즈넉한 홍예문을 지난다. 단정한 분위기의 송학동 거리에 자리 잡은 인성여자고등학교. 학교 이름을 닮은 바른 인성의 학생들이 자라는 그곳을 정선숙(30회 졸업, 인성여자고등학교 교사) 선생님과 함께 걸었다.
기본을 지키는 바른 인성을 가르치다
소녀는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이왕이면 추억이 서린 모교에서 후배들을 가르치면 좋겠다고 기도했다. 1990년 고등학교에 입학한 소녀는 1999년 꿈을 이뤘다. 인성여자고등학교(이하 인성여고) 30회 졸업생 정선숙이 인성여자고등학교 수학 선생님으로 다시 돌아온 것이다. 많은 것이 변했지만 추억만은 그대로였다.
“고2 때 잘생기고 멋진 총각 선생님이 학교에 오셨어요. 외모도 외모지만 학생들에게 늘 다정다감하게 대해주셔서 인기가 정말 많았죠.”
그 선생님의 이름은 김환. 인성여고에서만 30년째 교편을 잡고 있는 현재의 교감 선생님이다. 학창 시절 낭만을 공유했던 사제師弟는 신앙, 자유, 봉공이라는 기치 아래, 함께 학생들을 돌보고 가르치며 같은 길을 걷고 있다.
“당시에도 인성을 중시했어요. 학생들이 정서적으로 안정될 수 있도록 선생님들이 세심한 노력을 기울이셨죠. 그런 분위기가 지금까지 이어져 한 명 한 명 진심을 다해 가르치고 있습니다.”
사제지간의 돈독함, 학생에 대한 자율권 보장은 학교의 오랜 전통이다. 자율에는 책임이 따르기에 정착되기 쉽지 않은 과제지만, 인성여고는 숱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학생과 교사가 함께 학교만의 전통을 완성했다.
“만날 때는 ‘반갑습니다’ 헤어질 땐 ‘고맙습니다’. 제가 학교에 다닐 때도 했던 인성만의 인사법이 지금도 지켜지는 걸 보면 코끝이 찡할 때도 있어요. 바른 인성을 가진 인재는 기본에서 탄생한다고 믿습니다.”